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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한국 산업화와 도시화가 1970년대 한국인의 식습관에 미친 영향

by 음식 연구- 2025. 3. 22.

1970년대는 한국이 본격적인 산업화와 도시화를 경험하던 시기로, 경제 성장은 물론 국민의 생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식문화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전통적인 농촌 중심에서 도시 중심의 간편하고 효율적인 식사 형태로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1970년대 한국인의 식습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도시로 향한 사람들, 변하는 식탁

1970년대 한국은 본격적인 산업화에 접어들며 대규모 공업단지가 조성되었고, 농촌 인구가 대거 도시로 이동하는 이촌향도 현상이 가속화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도시 생활은 기존의 농촌 중심 식문화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전통적으로 아침과 저녁은 집에서 밥상을 차려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도시 근로자들의 생활은 빠른 식사를 요구하게 되었고, 외식과 간편식이 점차 확대되었습니다.

도시 노동자는 공장에서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거나 인근 분식점,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방식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자장면, 김밥, 칼국수 등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도시 식문화의 주류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김밥과 라면은 포장과 조리가 간편하여 도시 근로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농촌과 도시의 식습관 격차를 벌이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도시에서는 탄수화물 중심의 빠른 식사가 보편화된 반면, 농촌은 여전히 곡류와 채소 위주의 전통 식단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산업화가 만든 간편식과 외식 문화의 시작

산업화는 한국 식품 산업의 형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도시 인구의 증가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가정 내 식사 준비 시간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즉석식품과 가공식품의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라면, 통조림 반찬, 인스턴트 커피 등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시기도 바로 이 시기입니다.

또한 외식 산업이 서서히 성장하기 시작한 것도 1970년대입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외식은 특별한 날에만 하는 일이었으나, 산업화로 인한 도시 생활 패턴 변화는 일상적인 외식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중화요리점, 분식집, 순댓국집 등 다양한 소규모 식당들이 거리 곳곳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밥은 집에서’라는 고정관념이 서서히 무너졌습니다.

특히 직장인 중심의 점심 문화가 형성되면서 ‘백반’, ‘정식’ 같은 메뉴가 인기였으며, 간단하면서도 영양을 고려한 식단 구성도 이때부터 중요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한국 외식 산업의 기반이 형성되는 전환점이 되었고, 이후 프랜차이즈 발전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한국 산업화와 도시화가 1970년대 한국인의 식습관에 미친 영향
한국 산업화와 도시화가 1970년대 한국인의 식습관에 미친 영향

식문화에 스며든 도시적 사고와 소비 패턴

도시화는 단지 식사의 장소나 메뉴를 바꾼 것에 그치지 않고, 식문화를 바라보는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농촌에서는 음식을 단순한 ‘생계 유지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지만, 도시에선 ‘시간 관리’, ‘소비의 효율성’, ‘사교의 수단’으로 확장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을 활용한 동료 간 식사 회동, 분식집에서의 모임, 커피 한 잔을 곁들인 대화 등은 도시 생활에서 중요한 사회적 행위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음식이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사회적 기능을 하는 매개체로 진화했음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도시 소비자들은 식재료 선택에 있어서도 편리성, 가격, 브랜드 등을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보다는 슈퍼마켓에서 포장된 식재료를 구매하거나, 간편하게 조리 가능한 반조리 식품을 선택하는 문화가 태동했습니다. 이는 현재의 대형마트와 온라인 식품 소비 문화의 뿌리라 할 수 있습니다.

도시화는 식습관을 효율 중심, 속도 중심으로 바꾸었고, 동시에 음식에 대한 문화적 가치와 소비 패턴을 다층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19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는 한국인의 식습관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습니다. 도시로의 인구 이동과 노동 중심 생활 방식은 간편식과 외식을 일상화했고, 식문화의 인식까지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 변화는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한국 식문화의 근간이 되었으며, 오늘날의 식생활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사적 배경이 됩니다. 과거의 변화 속에서 오늘의 식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보는 것은 경제와 문화의 흐름을 동시에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