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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1970년대 ‘식당’ 풍경: 가족 외식의 첫 등장

by 음식 연구- 2025. 3. 24.

1970년대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화되며 한국인의 생활양식이 급변하던 시기였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가족 외식’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처음으로 등장했고, 식당은 단순히 밥을 먹는 공간에서 특별한 경험의 장소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1970년대 식당 풍경과 가족 외식의 첫 등장이 가지는 의미를 시대적 배경과 함께 살펴봅니다.

식당, 시장통에서 벗어나다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식당은 주로 시장 근처나 터미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허름한 밥집, 국밥집, 분식집 등이 전부였습니다. 이들은 주로 노동자, 장사꾼, 학생 등의 끼니 해결처였으며, 가정 외 식사는 여전히 낯설고 사치스러운 개념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며 중산층이 형성되고, 도시 근로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외식에 대한 수요도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다 단정하고 가족 단위로도 방문할 수 있는 식당이 도시 곳곳에 생겨나기 시작했고, 메뉴 또한 백반, 제육볶음, 김치찌개처럼 익숙한 한식 중심에서 자장면, 돈까스, 냉면 등 다양한 음식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식당 내부에는 나무 탁자, 플라스틱 의자, 두꺼운 유리컵, 쇠 수저통이 자리잡고 있었고, 벽면에는 메뉴판이 손글씨로 붙어 있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전문화된 인테리어는 없었지만, 당시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외식다운 외식’으로 여겨졌습니다.

가족 외식의 첫 등장, 특별했던 그날

1970년대 가족 외식은 특별한 날에만 허락된 ‘행사’였습니다. 보통 초등학교 입학식, 졸업식, 명절 전후, 혹은 아버지의 월급날 등에 외식을 계획했고, 온 가족이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식당에 들어서던 그 모습은 하나의 사회적 의식과도 같았습니다.

가장 인기 있던 외식 메뉴는 단연 자장면이었고, 어린이들에게는 칼국수나 김밥, 어른들에게는 설렁탕이나 제육볶음이 선택되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한 그릇 더 주세요’라는 말이 낯설지 않았을 만큼, 식당에서는 가족 단위 손님에게 정을 담은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외식은 단순한 끼니 해결이 아닌, 가족 간 유대감을 확인하고 사회적으로 ‘함께 무언가를 즐기는 문화’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식당은 점차 사회적 소통 공간으로 확대되며, 한국의 외식문화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식당’이라는 공간이 남긴 문화적 유산

1970년대 식당은 단지 음식을 파는 장소가 아닌, 한국인의 생활사와 감정이 응축된 문화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가족 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식당은 추억의 배경이 되고 삶의 일부로 기능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식당들은 지금처럼 브랜드화되진 않았지만, 이름보다 ‘단골’ 개념이 중요했으며, “우리 가족이 가는 식당”이라는 정체성이 뚜렷했습니다. 단골 손님에게는 반찬이 하나 더 나오고, 사장님이 아는 체를 해주며 친근함을 형성했습니다.

이후 1980~90년대를 거치며 패밀리 레스토랑과 프랜차이즈가 등장하고, 외식의 규모와 형태는 더 다양해졌지만, 1970년대 ‘식당’에서 시작된 가족 외식의 감성은 여전히 한국인의 외식문화 속에 살아 있습니다.

1970년대는 한국 외식문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식당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끼니 해결처에서 벗어나, 가족 외식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담아내는 장소로 거듭났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가 외식할 때 느끼는 ‘함께 먹는 즐거움’은 바로 그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한 감정일지 모릅니다. 다음 외식 때는 그 원형이 되었던 1970년대 식당 풍경을 한번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1970년대 ‘식당’ 풍경: 가족 외식의 첫 등장
1970년대 ‘식당’ 풍경: 가족 외식의 첫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