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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방송 광고가 바꾼 음식 소비 – 라디오와 TV 식품광고의 시작

by 음식 연구- 2025. 3. 25.

오늘날 우리는 음식 광고를 유튜브, SNS, 포털사이트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식품 광고의 최전선이었습니다. 이 두 매체는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을 넘어, 한국인의 음식 소비 패턴과 식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본 글에서는 라디오와 TV를 통한 식품 광고의 시작과 그 사회적 영향을 살펴봅니다.

라디오 광고, 식품 마케팅의 첫걸음

1950년대 중후반, 한국전쟁 이후 방송 인프라가 복구되면서 라디오는 국민의 대표적인 정보 매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당시 라디오는 뉴스와 드라마뿐만 아니라 광고의 핵심 창구였고, 식품업체들은 이 틀을 활용해 소비자와의 첫 접점을 만들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원의 라디오 광고입니다. “감칠맛의 비결, 미원~”이라는 멜로디는 방송을 통해 전국적으로 울려 퍼졌고, 조미료라는 생소한 개념을 국민 식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이외에도 연탄, 설탕, 밀가루, 우유, 라면 등 생필품 중심의 식품광고가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라디오 광고는 음성 중심이기 때문에 제품의 맛이나 향, 사용 편의성 등을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고, 반복적 멘트와 친근한 나레이션은 소비자의 기억에 쉽게 남았습니다. 이는 제품 구매로 이어졌고, 곧 음식 소비의 ‘브랜드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TV 광고의 등장과 음식 소비의 시각화

1964년, 한국에 컬러 텔레비전 방송이 도입되면서 시각 매체인 TV는 곧 식품 광고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시작했습니다. TV 광고는 소비자에게 음식을 '보여줄 수 있는' 첫 매체였고, 이는 기존 라디오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라면 광고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장면, 우유 광고에서 가족이 함께 웃으며 마시는 모습, 과자 광고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며 나누는 장면 등은 음식을 단순한 먹거리에서 ‘행복의 상징’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삼양라면, 빙그레 바나나우유, 오리온 초코파이 등은 광고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했고, 제품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1970~80년대에는 TV가 가정의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으며 식품광고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광고 카피, CM송, 유명 연예인 모델 기용 등이 일반화되었고, ‘광고에 나온 제품’이 곧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방송 매체가 만든 식문화의 변화

방송 광고의 영향력은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음식의 ‘트렌드’를 만들고, 새로운 식문화 형성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TV에서 특정 라면이나 햄 제품이 자주 등장하면 가정에서는 그것을 ‘표준’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특히 CF 속 장면이 식탁을 바꿨습니다.
과거엔 밥, 김치, 국이 전부였던 밥상에 햄, 참치캔, 스프, 마가린 등 광고로 익숙해진 식품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고, 이는 식재료의 다양화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간편식이나 레토르트 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광고를 통해 긍정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TV는 소비자에게 "먹어보지 않아도 맛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효과를 제공하며, 브랜드 충성도를 만들어내는 도구로 활용되었고, 이는 오늘날 SNS 마케팅, 유튜브 먹방 등으로 진화해가고 있습니다.

라디오와 TV는 단순한 전파 매체를 넘어, 한국인의 음식 선택과 식문화 자체를 바꾼 강력한 매개였습니다. 식품 브랜드는 이들 매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접근했고, 소비자는 광고를 통해 새로운 맛과 문화를 받아들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무심코 선택하는 음식들 속에도, 방송 광고가 남긴 흔적이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늘 식탁 위의 브랜드를 보며 그 시작점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